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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통제로 막을 수 없는 진실

2023 서울국제도서전 개막식을 앞두고 송경동 시인 등이 경찰에게 끌려나가는 뉴스가 보도될 때 나는 넷플릭스의 드라마  ‘The Days’ 4회 차를 보던 중이었다. 이 드라마는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배경으로 한 8부작이다. 2011년 지진과 쓰나미가 몰고 온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를 둘러싼 정치인, 관료, 발전소 직원과 현장이라는 3각 구도의 갈등을 엮었다.   다소 미화, 혹은 과장되었다고 하더라도 고압적인 모습의 정치인들, 지침서가 없는 상황에서 현장 책임자들의 선택, 피폭의 두려움을 안고 현장에 투입되는 원전직원들의 처절함이 생생하게 드러났다. 아마 실제 현장은 드라마보다 더 처참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결국 그 원전사고로 민주당은 선거에서 자유민주당에게 지고 말았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넷플릭스를 통해 ‘The Days’를 볼 수 없는 모양이다.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대처 방식에 불만을 가진 국민이 많은 상황에서 혹시라도 이 드라마가 또 다른 논란의 불씨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 아닐까 싶다.     최근 한덕수 국무총리는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해 의도적인 허위사실을 유포하면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혀 앞으로의 대립각은 커지면 커졌지 잦아들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우람한 체격의 경찰에게 끌려나가는 한 시인의 모습을 보며 시인이 짐짝처럼 끌려나가도 이상할 게 없는 세상에서 어디에 희망을 걸어야 하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문학은 인간을 소재로 삼는다. ‘인간’을 표현하는 작가가 기득권에 저항하는 건 어쩌면 불가피한 일이기도 하다. 역사는 지배자로 일컫는 기득권층에 대한 피지배층의 저항을 기록한 보고서이기도 하다. 그 부당함을 펜으로 지적할 때 비로소 글은 잡문이 아닌 문학이 되어 그 가치와 평가를 받게 된다.    송 시인 등이 끌려나간 이유는 작가 오정희의 서울국제도서전 홍보대사 위촉에 반대하는 시위를 했다는 이유에서다. 작가 오정희는 박근혜 정부 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핵심 위원으로 있으면서 문학예술계의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는 데 앞장섰던 인물이다. 이에 문화예술인들이 강력한 반대에 나서자 경찰이 작가들을 끌어내는 사태까지 벌어진 것이다.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야 하는 작가가 헌법에 보장된 표현과 사상, 양심, 출판의 자유 등을 은밀한 방식으로 억압하고 통제하는 데 동조했다니 ‘습작 기간 오정희 단편소설을 4번이나 필서 했다’는 표절 논란의 작가 신경숙의 진지한 고백이 우스워졌다. 이처럼 반발이 거세자 작가 오정희는 홍보대사를 사퇴했다.   억압의 첫 단계는 문화예술을 통제하는 것이다. 하지만 창작욕구도 인간의 본능이다. 역사에 비추어 탄압과 검열, 그 암울한 시절을 지난하게 지나왔어도 저항은 끊이지 않았다. ‘The Days’의 방영은 통제할 수 있겠지만 진실을 덮을 수는 없을 것이다. 권소희 / 소설가열린광장 통제 진실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후쿠시마 원전사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핵심

2023-06-25

[J네트워크] 뉴욕주 원전 오염수 배출 소동이 남긴 것

뉴욕 중심가에서 북쪽을 향해 차로 50분 남짓 달리면 뷰캐넌(Buchanan)이라는 작은 마을을 만난다. 1950년대 중반까지 뉴욕 시민의 나들이 코스로 인기를 끌었다. 허드슨강의 뷰캐넌에는 인디언 포인트 놀이공원이 유명했다. 다양한 놀이기구와 미니골프장·댄스홀·술집 등이 있었다. 하지만 방문객들의 웃음소리는 이제 끊긴 지 오래다.   놀이공원은 1960년대에 원자력 발전소가 들어서면서 인디언 포인트 에너지 센터로 이름이 바뀌었다. 70년대엔 2호, 3호 발전기가 들어섰고 이후 60년 동안 뉴욕시 전기 수요의 25%를 공급했다. 그런데 2001년 9·11 테러와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여파로 발전소를 폐쇄하자는 여론이 일었다. 원전에 테러, 혹은 사고가 날 경우 인근 주민 2000만 명이 위험해진다는 판단에서였다.   기나긴 협상 끝에 뉴욕 주정부는 2017년 시설 폐쇄를 확정했고, 2021년 모든 발전기를 정지시켰다. 그리고 12~15년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원전 퇴역(decommission) 작업에 들어갔다. 올 8월부터는 폐핵연료봉을 식히는 데 사용된 오염수의 허드슨강 방출이 시작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일정이 갑작스레 변경됐다. 원전 퇴역작업을 맡은 홀텍 인터내셔널이 5월 초부터 오염수를 방출하겠다고 지난달 발표하고 나섰다. 오염수 방출의 안전성에 대한 믿음이 아직 형성되지 않은 상황인데도 말이다. 이에 지역 주민들이 들고 일어섰다. 정치인들과 환경운동가의 반발에 업체는 결국 한발 물러섰다. 안전성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를 더욱 충실히 살펴보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인디언 포인트 갈등은 매우 시사적이다. 장시간 검토를 거쳐 원자력 발전소 폐쇄를 합의하고, 또 그 과정을 감시하는 상설기구를 설치했음에도 환경오염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핵발전의 혜택을 충분히 누렸지만, 그 처리 방안을 효과적으로 계획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7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 방출 계획에 한국 시찰단이 참여하기로 합의했다. 후쿠시마 원전은 미국 인디언 포인트보다 규모가 거의 4배 큰 데다 지진과 쓰나미에 따른 폭발사고로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일본 자국민뿐 아니라 주변국의 우려와 불안감이 클 수밖에 없다. 기시다 일본 총리가 약속했듯이 과학적인 검증을 통한 안전성 확보가 최우선이다. 또 이를 통한 상호 신뢰를 쌓아야 한다. 절대 서둘러 결정할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안착히 / 글로벌협력팀장J네트워크 뉴욕주 오염수 원전 퇴역작업 뉴욕주 원전 후쿠시마 원전사고

2023-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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